• 물, 보리, 홉.....맥주애호가들이 긴장해야할 세 가지 이유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6730, 2014.06.22 16:45:09
  • 이 여름 밤,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긴긴 밤을 맥주 한 잔으로 지새우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것이다. 몇 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월드컵 경기를 보는 것이 엄청난 사치가 될 날이 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은 맥주의 가장 중요한 원료이다. 대다수 광고처럼  맛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여파로 물이 부족해지면서 미국의 맥주 양조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벨기에-브라질계의 다국적 음료-맥주 회사 앤호이저-부쉬(Anheuser-Busch)사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맥주 1배럴(약 159리터)을 만드는데 약 3.5배럴의 물이 소비된다. 맥주 회사들이 극심한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물 소비량을  이유다. 최근 이 회사는 맥주 1배럴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을 3.15배럴까지 낮추었다. 휴스턴 공장에서만 매년 1,200만 배럴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은 이 회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임이 분명하다.

     

    맥주3.png


    비단 앤호이저-부쉬뿐만 아니라 많은 맥주 회사들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캘리포니아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많은 양조장들이 주 북부의 러시안강(Russian River)에서 충분한 물을 확보하기 힘들게 되자 역삼투방식(reverse osmosis system)으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거나 아예 시카고로 양조장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역삼투방식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투입된 물 중 70%정도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폐수로 버려야하기 때문이다. 폐수를 정화하려면 또 다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러시안강으로 흘러드는 물의 원천은 멘도시노 호수(Lake Mendocino)다. 2013년과 같은 가뭄이 올해에도 찾아온다면 올여름 이 수원지는 완전히 말라버릴 가능성이 크다.


    맥주를 위협하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원료인 보리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호주와 영국은 폭우로 보리 수확에 큰 타격을 받아 왔다. 앤호이저-부쉬사는 상당량의 보리를 미국 북서부의 아이다호 인근에서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강설량이 감소하면서 보리재배 농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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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ww.acuityorg.com


    안정적인 보리 재배가 어려워지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양조사인 SAB밀러사는 궁여지책으로 보리의 대체재를 찾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가 주산지인 카사바(Cassava)로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카사바는 수확량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저장 기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다. SAB밀러사는 모잠비크에서 이동이 용이한 프로세싱 공장(또는 기계)을 만들어 처음으로 카사바를 주원료로 한 맥주 임팔라(impala)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맥주생산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원료는 홉이다. 하지만 홉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코가 원산지로서  라거와 필스너 생산에 사용되는 고급 홉 사츠(Saaz)는 1954년부터 지속적으로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유럽 전역에 걸쳐있는 홉 재배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맥주 생산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료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맥주 회사들이 맥주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기도 한다. Outer Banking Brewing Station은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되팔고 있고 Abita Brewing Company는 태양열을 이용해 온수를 얻고 있다. 또 미생물을 활용해 맥주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량의 유기화합물을 메탄으로 변환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맥주 회사들의 기후변화 대응은 앞으로 다방면적에서 더욱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세 이상 1인당 평균 알코올 소비량이 10L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조 회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맥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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