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화 속에 ‘기후변화’ 흔적 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201, 2014.04.24 11:16:42
  • 지구 지표면의 기온변화를 재는 과학적인 활동이 시작된 것은 불과 15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지구 대기의 변화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기후과학자들은 그보다 훨씬 먼 과거의 지구 대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해저 퇴적물에서부터 남극 빙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거들을 분석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참고자료가 하나 더 추가됐다. 근세(17-18세기) 화가들이 남긴 풍경화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그리스 아테네 아카데미 연구자들은 기온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이전의 하늘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수채화 화가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작품들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밝은 색채의 일몰을 묘사하고 자연광이 강조된 터너의 작품을 분석해보면 먼지, 화산재, 연무, 바다소금 등의 입자량을 뜻하는 에어로졸 광학 두께(Aerosol Optical Depth: AOD)를 거칠게나마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터너.jpg

    <Sunset>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 출처: www.tate.org.uk


    AOD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얼마나 산란·흡수됐는지 나타내는 지수로서, 값이 클수록 대기에 에어로졸이 많고 산란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AOD가 높으면 일몰은 강한 붉은 빛을 띠게 되는데, 터너가 그린 그림속의 일몰이 바로 그러한 예다. 연구진들의 분석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3월 말 학술지 ‘대기화학과 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에 실렸다.


    풍경화속 일몰의 색깔을 통해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터너의 그림에서만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1500년부터 2000년까지 유럽화가들이 그린 124개 풍경화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 붉은 색채가 강한 일몰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기간은 세계적으로 50-80회에 이르는 대규모 화산폭발이 있었던 시기다.


    예컨대 1815년에는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는데 그 후 3년간 유럽 화가들의 그림 속에는 선홍색과 오렌지색의 하늘이 등장한다. 화산에서 분출된 재와 가스가 대륙을 넘어 확산되면서 대기에 늘어난 에어로졸이 햇빛을 산란시켜 더 붉고 강한 빛을 만들어낸 것이 그림 속에 반영된 것이다. 선홍색과 오렌지색의 하늘은 당시 미술 유파나 화가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그림 속에 어김없이 등장한다고 한다.


    일몰비교.jpg

    2010년 사하라 분진(Saharan dust)이 유럽으로 확산될 당시(좌)와 이후(우)의 일몰 사진 비교. 사진: C. Zerefos.


    주목할 만한 점은 약 500년에 걸쳐있는 풍경화의 역사 속에서 일몰은 산업혁명 이후 더욱 붉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탐보라 화산폭발과 같은 대규모 화산분출이 없었던 기간에도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엄청난 양의 미세한 오염물질들이 대기 속으로 확산되었음을 뜻한다.


    이렇듯 풍경화는 과거 인간의 활동이 빚어낸 결과를 보여주는 거울 구실을 한다. 산업혁명 이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들은 과거에도 문제였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화가들이 일몰을 더욱 붉은 선홍색으로 그리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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