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기후 이야기 14> 탄소 중립과 기후 정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799, 2021.12.29 15:41:04

  • Q. 기후 정의란 무언가요?

     

    우선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에 대해서는 철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자주 접하는 사례를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강도를 당해 가진 것을 빼앗기고 몸에 큰 부상을 입었다면, 강도는 강도질 덕분에 이득을 보고, 강도를 당한 사람은 피해를 입은 거지. 이때는 정의가 깨어진, 말하자면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지. 정의를 바로잡으려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해. 강도당한 사람은 빼앗긴 것을 되찾고 다친 몸을 치료할 수 있도록 온전한 배상을 받아야 정의가 바로잡힌 거지.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않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법과 경찰, 법원 등이야. 물론 이 제도에만 의지해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정의의 기본 원칙은 다른 사람 탓에 빚어진 위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야. 

     

    그렇다면 기후 정의란 무얼 말하는 걸까? 

     

    기후 변화는 200년 전부터 선진국들이 대량으로 배출해온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거야.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거나 뒤늦게 산업화에 뛰어든 나라들에 집중되고 있어. 즉, 기후변화의 원인은 선진국들이 제공했는데, 그 결과는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이 받는 거지. 이런 상황을 ‘기후 양극화’ 혹은 ‘기후 불평등’이라고 표현하기도 해. 기후 정의란 이런 상황을 바로잡자는 개념이야. 


     


    Q. 기후 변화가 어떻게 불평등을 일으키는 거죠? 이해가 잘 안 돼요. 

     

    기후 운동 조직인 주빌리 사우스 네트워크 Jubilee South Network는 이렇게 주장해. 주빌리 사우스는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책임에 대한 불평등을 고발하고 남반구에 위치한 섬나라들과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단체들의 협력체야. 

     

    ‘전 세계 인구의 약 18%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북반구 선진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 배출하고 있다. 대기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후 재앙은 더 악화하고 빈번하게 발생하여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과 질병 등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북반구란 북반구의 선진국 국민을 지칭하는 말이야. 이들은 남반구 사람들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섯 배가량 많아. 

     

    기후 위기를 만들어낸 주된 책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에 있어. 미국, 서유럽 국가들, 러시아,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지. 이 나라들에 사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못 미치지만, 이들은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분의 2 가량을 배출했고, 그 이산화탄소 때문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지구 기후가 변하고 있어. 

     

    미국 한 나라만 따져도 세계 인구의 5퍼센트에 못 미치는 미국인들이 전 세계 탄소의 15퍼센트를 배출해. 그런데 기후 변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떠안는 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비율을 지역별로 나타낸 다음 그림을 보자 (자료 출처. https://www.cgdev.org/media/who-hurt-climate-change) 기후 변화 피해 중 78퍼센트가 중국, 인도,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개발도상지역(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3-Figure01.png

     

     

    2018년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가뭄 또는 식량 부족 때문에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1억 4천만 명이 넘을 거라고 해. 한 마디로 부유한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들에 많은 기후 부채를 진 거지.


     


    Q. 기후 부채가 뭐예요? 

     

    지구 기온을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대기 중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특정한 양을 넘지 않아야 해. 이것을 흔히 <탄소 예산>이라고 하지. 그런데 부유한 국가들은 이미 지구의 탄소 예산의 대부분을 써버렸어. 식민지를 확보하고 그곳 자원을 공짜로 혹은 헐값으로 빼내가거나 그곳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식으로 말이야. 반대로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들은 식민지로 착취당했던 역사나 불공평한 세계 경제 체제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했어.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점점 강력해지는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여력이 없어 큰 피해를 보고 있지. 

     

    한 마디로 기후 부채란, 부유한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번영을 일궈가면서 뿜어낸 온실가스로 기후 변화를 야기했으니 기후 변화의 원인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기후 변화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거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전기, 위생, 교육, 편리한 교통망 등 선진국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편의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어. 당연히 가난한 나라 사람들 역시 이런 편의를 누리고 싶어 해. 그래서 이제라도 산업화를 이뤄내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그런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이런 노력은 자칫 기후 변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단순히 만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포함해서 지구촌 모든 사람이, 부유한 나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따라 하면서 많은 화석 연료를 태워 가며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한다면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되어 지구 온도가 더욱더 치솟게 될 테니 말이야. 그러니까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단순히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거로 빚을 갚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도록 솔선해서 도와야 해. 지구촌 전체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후 부채를 갚아야 하지. 


     


    Q.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기후 부채를 갚는다는 게 어떤 거죠? 

     

    남미의 가난한 나라 에콰도르의 예를 들어볼게. 에콰도르 야수니 국립공원에는 방대한 면적의 열대우림이 있고, 다양한 동식물이 깃들어 살고 있어. 이곳의 땅 1만 제곱미터에서 자라는 나무의 종류는 북미 대륙 전체에 분포된 나무의 종류와 맞먹을 정도야. 또 큰 수달, 갈색거미원숭이, 재규어같이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동물, 그리고 수백 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그곳을 지켜온 그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어. 

     

    그런데 에콰도르의 야수니 땅에 약 8억 5천만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다는 게 밝혀졌어. 그래서 많은 석유 회사들이 야수니의 석유에 욕심을 내게 되었지. 에콰도르 사람 중에도 석유 회사들에게 이곳을 개방하면 많은 돈이 에콰도르로 들어올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 그런데 열대 우림을 없애고 이곳에 묻힌 석유를 캐내 전부 태우면 엄청나게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들어가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큰 위기를 안기게 되잖아? 

     

    2006년에 에콰도르 정부는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았어. 국제적인 기금을 조성해서 에콰도르가 석유 개발을 할 경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준다면 자국 내에서의 석유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거였지. 대기에 지나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책임이 가장 큰 데다 그 덕에 부를 일군 선진 공업국들이 이 부담을 함께 짊어져달라는 거였어. 목표 금액을 36억 달러로 정했지. 하지만 6년 동안 모인 기금은 겨우 1,300만 달러였어. 결국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 계획을 포기하고 2013년부터 석유 개발을 허용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야수니 땅에서 캐낸 석유가 태워지면서 계속해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가 들어가고 있는 거지. 

     

    에콰도르가 내건 야수니 기금 목표가 제대로 채워졌다면 어땠을까? 야수니 땅의 석유는 그대로 그 땅에 묻혀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에콰도르 사람들은 그 기금을 이용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지 않고도 가난을 극복하는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거야. 선진국들이 책임을 느끼고 야수니 기금 목표를 달성했다면, 탄소 중립과 기후 정의의 면에서 작지만,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겠지. 물론 선진국이 기후 부채를 갚는 방식은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 다른 방식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살펴보자. 


     


    Q. 탄소 중립과 기후 정의를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첫째,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해. 선진국들은 자국이 가진 경제력으로 화석연료 대신에 깨끗하고 비싸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서 탄소 중립을 앞당겨야 해. 온실가스 배출 대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역시 이런 정책들을 서둘러 실천해야 해. 

     

    둘째, 부유한 선진국들은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 예컨대, 개발도상국들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에,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 기술과 탄소 흡수 해법을 알려주고 가난으로 빚어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셋째, 기후 위기 때문에 집이나 생계의 원천을 잃은 사람들, 예를 들어 가뭄으로 땅이 말라붙어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땅을 잃을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일굴 수 있도록 도와야 해. 우선 군대와 장벽을 동원해서 기후 난민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지. 지구의 공기와 땅과 물은 국경이라는 경계를 떠나서 지구촌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자원이야. 물론 기후 난민을 받아들인 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겠지만, 제한된 자원을 아껴 쓰고 나눠 쓰며 위기를 헤쳐가면서 탄소 중립과 기후 정의를 이뤄가야 하는 거지.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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