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9/13 “밥 하면 실내온도 40도…쪽방촌 노인 위협하는 살인 더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583, 2010.11.21 23:47:10
  • [인터뷰] ‘폭염이 쪽방촌 노인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한 성균관대 김소연·김영민 연구원

    “물을 자주 섭취하라,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라, 12시~오후 4시 사이에는 실외활동을 자제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시한 폭염 대비 국민행동요령들이다. 그러나 이 행동요령을 그대로 따라할 수도, 따라 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쪽방촌에 사는 노인들이다.

    시원한 장소를 찾아 나서기엔 기력이 부족한 쪽방촌 노인들은 서울의 바깥기온(28.3도)보다 3.2도나 높은 31.5도의 방 안에서 지낸다. 시원한 물을 자주 마시라는 것도 이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집에 냉장고가 없거나, 있어도 냉장고가 뿜어내는 열 때문에 가동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사랑의 쉼터’에 가면 생수를 받을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오가는 동안 더 지쳐 미지근한 수돗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노인들도 있다.


    이들의 폭염 노출 실태는 지난 22일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하자작업장이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알려졌다. 이번 연구를 기획한 성균관대 김소연(36·사진 왼쪽)·김영민(43·사진 오른쪽) 연구원을 24일 서울 사당동에서 만났다.

    김영민 연구원은 “김소연 연구원이 지난 2004년 ‘기후변화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해 여름 한 할아버지로부터 ‘쪽방촌에 사는 노인인데 더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 숨쉬기도 힘들어 여러 기관에 연락했지만 도움을 안 준다’는 전화를 받았대요. 직접 도움을 드릴 수 없어 계속 맘에 걸린다고 하길래, ‘이번 기회에 함께 제대로 연구를 해 보자’고 했죠.”

    연구 주제를 정한 뒤 두 사람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쪽에 도움을 요청했고, 연구소 쪽이 하자작업장 학생들에게 자원봉사를 청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실태조사가 시작됐다. 9일 동안 하루에 두 차례 실내 온·습도, 노인들의 혈압·심박동수·체온, 미세먼지 측정이 진행됐다.

    “한번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전기밥솥에 밥을 하면서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라면을 드시는 날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순간 실내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더위가 정말 살인적일 수 있다는 걸 느꼈죠. 조사 결과를 받은 한 기자가 ‘여름엔 다 그 정도 아닌가요?’라고 하던데, 노인들은 기온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데다 쪽방촌은 여러 조건이나 상황이 너무나 열악해 일반화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전등을 켜고 선풍기를 틀면 실내 온도가 1도 정도 올라가는데, 샤워를 하라고 권할 수 없는 게 쪽방촌 노인들의 현실이죠. 샤워할 곳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샤워로 인해 한 번 땀구멍이 열린 채 찜통 같은 쪽방에 들어가면 오히려 땀 배출이 많아져 탈수 상태가 될 수 있거든요.”(김소연 연구원)

    실제로 노인들은 폭염에 따른 여러 가지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했다. 어지러움은 기본이고 근육통이나 팔·다리의 운동장애를 겪는 노인도 있었다. 특히 수면장애가 심각해 구토 증상을 보이는 노인도 있었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더위에 지친 데다 잠도 못 자니, 그야말로 3중고였다. 어느 때보다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 시기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간호사는 임시직이라 한 지역을 오래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쪽방촌 같은 곳은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오랫동안 얼굴을 익히고 신뢰를 쌓아야 하는 곳이거든요.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끼리 다음 달 초 종로구 보건소장을 만나 폭염 실태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할 계획인데, 정부가 폭염 기간 동안만이라도 인력을 확충해 취약 계층을 특별 관리하는 등 지역별·계층별로 차별화된 대책 을 마련했으면 합니다.”(김영민 연구원)

    “더위도 더위지만, 그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외로움 같아요. 좁은 공간에 모여 있어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 같지만,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생활이 어려운데도 저희가 가면 미숫가루나 커피, 주스를 꺼내주시며 반기는 모습을 보고 깊은 정을 느꼈어요. 자원봉사를 했던 하자작업장 학생들도 느낀 게 많았나 봐요. 좁은 골목길에서도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후원하기로 했고, 추석엔 학생들 축제에 어르신들을 초청하겠답니다.”(김소연 연구원)


    (2010.08.25, 미디어오늘, 안경숙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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