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식 녹색성장, 세계에 통할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247, 2011.03.04 09:58:09
  • “아니, 국내에서 녹색성장의 실체가 없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 밖에 나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활동을 벌이는 한 민간재단 핵심인사의 말이다.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핵심인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 보수 성향의 일간지 기자가 ‘GGGI가 어떻게 될 것 같냐’라고 물어보기에 저랑 내기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MB정부와 함께 끝나는 기구’라는 데 걸었습니다. 두고 보세요.” 심하게 말한다면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과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라는 것이 이 인사의 전망이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입구. 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내부 공개를 거부했다.

     
    GGGI는 지난해 6월 16일 만들어졌다. <주간경향>은 GGGI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도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878호 관련기사 참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GGGI의 홈페이지(현재는 영문 서비스만 제공)에 들어가보면 GGGI의 역사와 관련한 소개항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기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한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후 6개월이 지나 당시 미래기획위원회는 <녹색성장의 길>이라는 이름의 단행본을 냈다. 책은 소설가 녹성(綠成, 녹색성장을 줄인 이름으로 보인다)씨가 녹색성장과 관련한 소설을 쓰면서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녹색경제,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의 마치는 말은 2030년 녹성씨가 지난 20여년의 녹색성장 역사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녹성씨는 도대체 2008년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전 세계 고교생들이 유비쿼터스 교실에서 함께 사용하고 있는 세계사 교과서에는 ‘전기(前期) 현대’와 ‘후기(後期) 현대’의 분기점을 2008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중략)…실제로 2008년의 한국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밑그림을 그린 원년이었다.”(책 226~227쪽)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주장이 세계 역사의 분기점이 된다는 주장이다.

    MB 저탄소 녹색성장 세계역사 바꿨다?

    서울 중구 정동빌딩 19층과 20층에 자리잡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표시한 부분).

    GGGI가 밝히고 있는 계획은 원대하다. 계획대로 한다면 2011년 한 해 동안 관련 방법론 등을 세밀히 다듬는 등 내실을 기한 뒤, 2012년에는 국가 간 조약에 근거한 국제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 IGO)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GGGI 설립 등 녹색성장 이니셔티브를 통해 새로운 국제기준(Global Standard) 설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예정”이다. 외교부의 주장만 보면 이 과정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는 덴마크가 GGGI의 공여국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GGGI의 한 관계자는 “일본도 공여국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GGGI의 방향과 관련, 이 관계자는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재단이라는 성격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재원을 낸 공여국의 요구에 따라 재단의 지향점도 새롭게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올해 1월 21일, “GGGI의 소장으로 리처드 새먼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부회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업무는 이미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선임되진 않았다. 이사회가 열리는 3월 중순쯤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GGGI에는 초창기부터 영국의 니콜러스 스턴 경이 과학 및 경제발전관련 자문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왔다. 스턴 경은 기후변화 논의와 관련한 핵심 보고서인 <스턴보고서>의 저자다. 한승수 전 총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한편, 스턴 경이 이사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 스턴 경이나 토마스 헬러 부이사장이 ‘상당한 액수의 자문료 등 때문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던지는 것과 달리 GGGI와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따로 돈을 지급받지 않는다. GGGI의 한 관계자는 “물론 예를 들어 뉴욕에서 이사회가 열린다면, 비행기 삯이나 체류비용은 공금에서 부담할 수 있겠지만 이사들에게 따로 월급이 지급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GGGI가 추진하는 ‘녹색성장(Green Growth)’은 아직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공식 채택된 개념은 아니다. 이와 관련, 국제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EU를 중심으로 언급되는 ‘저탄소경제’ 등의 단어가 대신 쓰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관련학계 인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녹색성장은 결국 경제성장을 하는데, 그 방법을 녹색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규제완화인데, 이것은 다시 규제강화가 전제되어야 할 ‘녹색’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녹색기술이 육성되고 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에너지 세금을 올리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결국 국민의 세금일 수밖에 없는 금융지원과 보조금 퍼주기 방식으로는 우선순위가 바뀌어 있다는 비판이다. 고철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인식도 엇비슷하다.
     
    고 교수는 “녹색이라는 가치로 국가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녹색성장의 ‘다른 길’은 없고 과연 이 길이 전부냐라는 부분에서는 얼마든지 이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기술뿐 아니라 자연을 보존하면서 얻는 부가가치 창출, 경제성장도 있다. 즉 녹색기술만이 전부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4대강도 그렇지만, 이를테면 지금 인천조력발전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조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게 대규모로 자연을 파괴·훼손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은 동의받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에 맞지 않다.”

    “‘녹색성장’ 합의된 개념 아니다”
    사실 경제와 사회에 ‘녹색’이나 ‘온실가스 감축·기후변화 대비’ 개념의 적극적인 도입을 주장해온 쪽은 환경단체 쪽이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트레이드 마크화한 것에 대해 종전 환경단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업인들은 ‘트렌드’를 잘 읽잖아요.”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기후팀 국장의 말이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선도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맞는데, 주변의 경제관료들은 1980년대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포장만 녹색이지 실제 내용은 다 토목입니다. 4대강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도 결과적으로 다 토목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UAE에서 수주한 원전도 도시바·웨스팅하우스 등 원천기술을 가진 쪽이 떡고물을 챙긴 뒤 남은 건 토목이고.”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녹색성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은 ‘성장을 위한 레토릭’이라는 것이다.

    2011년 녹색성장위원회 업무보고가 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최중경 지경부 장관, 양수길 녹색위 위원장, 이 대통령, 김희재 위원, 이석채 KT 회장. | 사진공동기자단


    환경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리더십’을 불신하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말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엔 4대강과 원전 건설이 핵심전략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녹색과 거리가 먼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살펴본 책 <그린 패러다임>을 펴낸 김창섭 경원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과연 현실적 성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1년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사회적 합의의 부재’ 문제를 ‘다이어트’에 비유해 설명했다. “‘몸짱’이 되는 것은 운동과 각고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몸짱’의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 식이다 보니….”

    어쨌든 정부의 주장대로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과 관련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OECD는 지난 2월 10일과 11일 이틀간, OECD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녹색성장’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열었다. 이 워크숍 말미엔 ‘녹색성장 전략 보고서’ 초안이 제출되었다. 최종적으로 5월에 공개될 예정인 이 보고서는 “GDP의 2%를 녹색부문에 투자하면 그것이 경제의 부담이 되기보다 득이 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부 주장처럼 이 보고서 채택에 GGGI 등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일까. 외교부 에너지기후변화환경과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에서 관련 세미나를 열었는데, 녹색성장과 관련한 개도국의 시각이 너무 없어서 관련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도록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의 녹색성장 전략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현재 답보상태인 기후변화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Me First’와 같은 주도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국내는 몰라도 국제사회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다시 GGGI가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진로’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TIME지의 환경영웅 선정, 그리고 “퇴임 후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등과 관련해 앨 고어가 미국 대선 후 기후변화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게 2012년 이후 세계 각 지역에 지역본부를 두게 될 GGGI가 아니냐는 인식이다. 녹색성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본격적으로 국제기구로 활동이 시작되었을 때 재단을 사유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GGI는 MB 퇴임 후 활동발판?
    GGGI는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정동빌딩 꼭대기 두 개 층을 털어 사무실을 개소했다. 건물 임대료만도 만만치 않을 상당히 큰 규모다. 아직 영문으로만 존재하는 GGGI의 홈페이지에는 담당인력을 여럿 채용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GGGI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약 20여명의 연구인력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GGGI 쪽에 공식 취재를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언론담당 업무를 맡았던 한 연구원은 “아직 대언론담당을 누가 맡을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 내부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취재도 곤란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청와대 녹색성장환경 비서관실 GGGI담당 국장은 “재단에 재원을 출연한 공여국 당사자들이 오게 되면 방도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연구소 정비가 끝났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의 환경운동 진영과 다른 별도의 환경운동을 계획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과 관련, “사실 GGGI는 개도국의 경제개발계획에 포커스를 맞춰왔기 때문에 환경 쪽 시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며 “‘생판 듣지 못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판을 흔들려는 것은 아니냐’는 기존 환경쪽 인사들의 시각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일부 ‘오해’도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내외전문가들과 접촉점을 넓혀가면 관련된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녹색성장위원회 업무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GGGI 등을 앞세워 2012년 COP18(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 유치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침 2012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전략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도 완공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나 ‘한국형 원전’을 한국의 대표적 기후변화 노력으로 선전할 수 있을까.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어쨌든 COP18 유치계획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일부 언론을 동원해서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 대책이다’ 식으로 선전하는 걸 과연 국제사회가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미래기획위원회의 바람처럼 세계는 2008년 8월 15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전 선포를 전후로 현대사를 구분하게 될까. 두고 볼 일이다.

    (2011.03.08,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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