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탈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 역시 무너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유럽감사원(European Court of Auditors: ECA)이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가동이 중단된 원전의 해체철거비용은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것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유럽감사원의 조사대상이 된 것은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가 보유한 총 8기의 원전. 이들의 폐쇄와 철거는 동유럽 3개국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 시 가입조건의 하나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유럽연합은 1999년부터 이 원전들의 해체철거비용을 지원해왔으며, 2013년까지 총 28억 유로(약 4조 3천억 원)를 웃도는 금액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사진: 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Ignalina) 원자력발전소 © Jan Haverkamp

하지만 이번 유럽감사원의 조사에서는 해체철거비용이 매우 과소평가되었으며, 실제로는 25억 유로(약 3조8천억 원)가량의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추가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원자력발전에는 숨겨진 비용이 많다는 세간의 의혹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의 3개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비용(단위: 100만 유로)

사실 원전 해체철거에 드는 비용과 기간이 의도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사실은 다른 원전의 예에서도 확인된다. 2005년에 가동을 멈춘 독일 오브리히하임(Obrigheim)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해체철거작업이 2년째 진행 중인데, 마무리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체철거에 드는 비용은 약 5억 유로(약 7600억 원)로 추산된다.

원전 1기를 해체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총 275,000 톤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2300톤가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해체철거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악몽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던 땅은 잔류 방사능 탓에 오랫동안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전 해체철거비용(1기당 약 7천억 원), 핵폐기물 처분비용(우리나라 4조원 이상 추산), 원전사고 피해보상비용(후쿠시마 수준의 원전 사고 시 피해보상비용은 추정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수준), 사회적 갈등비용(추산 불가) 등을 원전 발전단가에 모두 포함시키면 원전이 과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