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기후 이야기 9> 청소년이 앞장서는 기후변화행동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848, 2021.03.12 11:10:40
  • 지금부터 10년 뒤, 20년, 30년 뒤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올해가 2021년이니, 9년 후에는 2030년, 29년 후에는 2050년이 된다. 지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14세~19세 무렵의 청소년들은 2030년에는 23~28세가 된다. 이즈음이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업이나 직업에 종사하면서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역량을 키워가야 할 때다. 더 시간이 흘러 2050년이 되면 이들은 43세~48세로, 사회의 주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 할 때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여러 국제기구와 여러 정부 역시 “2030년까지” 혹은 “2050년까지”라는 시한을 내걸고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는 미래를 겨냥하여 여러 가지 정책이 세워지고 실행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후변화 정책이 부실하게 입안되고 시행되어서, 2030년 혹은 2050년에 탄소중립 목표가 완수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기후난민이라는 꼬리표가 나에게도 

     

    이 세대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산호초가 사라지고 북극곰이 사라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이 세대의 생존이 위험해질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해서 해안선이 달라진다. 상상할 수 없는 폭염과 혹한, 폭풍, 가뭄 등의 기상 이변이 닥칠 것이다. 오랜 세월 인류가 닦아온 문명이 한꺼번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후변화의 충격을 피해 짐을 싸들고 옮겨 다니는 기후난민이라는 꼬리표가 <나에게도> 붙을지 모른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열었던 <탄소중립 미래상상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을 읽어보면 많은 사람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중립 미래상상 공모전> 공모전에 지원한 작품들이 너무나 귀하게 여겨질 정도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온실가스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대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그래, 나도 알아. 지구온난화는 사실이야. 그렇다고 유난스럽게 조바심칠 필요까지는 없어. 지구온난화 때문에 다소 불편한 일을 겪을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참을 만하잖아?"

     

    "나는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어. 재활용품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일회용품 덜 쓰고, 쓰지 않는 전기용품 플러그 뽑기, 자가용 대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일상화하면서 에너지를 아껴 쓰고 있다구. 그만하면 할 도리는 다하는 거 아냐?"

     

    "지구온난화 이야기는 국제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잖아. 그동안 여러 국가가 지구온난화 대응 정책을 실시해 대단한 성과를 내지 않았어? 얼마 안 있으면 기적의 에너지 기술이 발명되면 온실가스 걱정 없이 에너지를 맘껏 쓸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 문제는 정책 전문가들과 과학기술자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그저 여태껏 살아온 대로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

     

    기후변화, 과연 찻잔 속 태풍일까?

     

    우리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는 <기후 의식>을 가질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기후변화> 이야기는 우리 일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기껏해야 교과서나 신문에나 실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되어, 읽고 나면 바로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가령,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들이나 관련 공공 홍보 자료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때문에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다>라는 진단을 자주 접한다. 이런 태도는 자칫하면 오해를 낳기 쉽다. 많은 나라가 허리케인과 가뭄과 해수면 상승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는데, 우리는 고작해야 더위가 심해질 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과일과 채소가 달라지고 폭염이 심해지는 문제 말고 다른 문제는 없을까? 사회가, 정치가, 문화가, 가족 관계를 비롯한 인간관계마저 바뀌는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탄소중립 미래상상 공모전>에 지원한 작품들에는 이런 변화에 대한 귀중한 상상이 녹아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홈페이지를 찾아와 이 글들을 읽어보길 권한다. 

     

    농어업뿐 아니라 각종 산업이 변화와 충격에 시달리다가 많은 사업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다. 그러니 모든 부문에서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충격을 솔직하게 진단하고 미리 대비하게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경고음을 거듭해서 울려야 한다.

     

    SHOUT,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이에요

     

    안 쓰는 전기제품 플러그 뽑기, 전기 아껴쓰기, 자원 재활용,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실천을 권고하는 활동은 어찌 보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권고를 들으면 그 정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냐며, 본격적인 기후대응 활동조차 사소한 일, 쓸모없는 일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될 거라는 건 알아. 하지만 편안한 지금의 일상을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손해를 입는 것은 미래의 누군가이지 지금의 내가 아니잖아. 마음이 약간 켕기지만 어쩔 수 없어.>   

     

    기성세대의 무심함이 미래세대를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기후변화는 굳이 신경 쓰지 마.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넘어가. 우리만은 안전할 거야.> 이런 잘못된 인식을 청소년에게 심어주는 태도는 단순한 무책임이 아니다.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큰 잘못이다.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을 직접 감당해야 할 젊은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주저앉히는 것이다. 맨몸으로 뛰어내리라며 절벽에 선 이들의 등을 떠미는 일이다. 

     

    청소년들은 어른 세대 앞에서 큰소리로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일상을, 사회를, 경제를 바꾸어야 한다.>라는 시끄러운 경고음을, 더 늦기 전에 여기저기서, 거듭해서 울려야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상점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TV를 비롯한 모든 공공 홍보 공간에서.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이에요.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세요.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세요>, 라고.

     

    우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 무얼까? 

     

    이제는 청소년들이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다음 내용은 필자의 상상력의 한계에 갇힌 사례일 뿐이다. 젊은 두뇌와 가슴에서는 더 참신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1) 학교 안에서, 학교 밖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공부하고 실천할 기회를 늘리자

     

    기후변화 동아리를 구성하거나, 학생회 활동, 학교 바깥 활동을 통해서 기후변화와 기후행동에 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만든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해야 할 일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실들을 아는 것. 기후변화를 알고 실천하기 위한 모임을 꾸려 활동하는 편이 혼자 하기보다 훨씬 더 쉽다. 

     

    우선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등의 주제어로 검색해보자.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하고 수많은 소통전문가가 기록해서 만든 많은 문서와 이미지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이 기후변화 대응 행동의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더 강한 울림으로,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 단어를 함께 묶어서 (예, 기후변화, 온실가스, 음식 & 온실가스, 패션 & 온실가스, 여행 & 온실가스) 검색하면 훨씬 더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나 덧붙이자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선진적인 나라 사람들은 웹페이지에 우리 국적의 웹페이지보다(앞으로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렇다) 훨씬 더 유용한 정보를 훨씬 더 열심히, 훨씬 더 자세히 올리고 있다. 영문으로 검색해보라. (예, CLIMATE CHANGE, GREENHOUSE GAS, FOOD & CARBON, FASHION& CARBON) 내용이 외국어로 되어 있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 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과 영화도 찾아 읽어보자. 

     

    자, 이제 알게 되었으니 공유를 시작하자. SNS를 이용해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고 함께 실천하자고 권유하자.

     

    2)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이트와 SNS를 방문하자

     

    웹사이트 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팟캐스트의 예: 

    기후위기 비상행동, 청소년 기후행동, 청년 기후긴급행동,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라디오,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 그레타 툰베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그린피스, 환경부 공식 블로그 등  

     

    - 각종 단체의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한다. (예, 청소년 기후행동- 3월 19일 첫 번째 글로벌 기후행동의 날 행사 계획 중)

     

    - 환경부의 국민 제안 또는 정책 제안 코너를 이용하자. 예를 들어 대중교통편이 없어 자가용 사용이 많은 구간에 대해서 대중교통편을 만들어 달라거나, 어느 구간의 자전거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어 달라거나, 공공자전거를 효율적으로 배치해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남긴다. 

     

    -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활동하는 연구소와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행동도 중요하다. 응원 혹은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실행에 옮겨보자. 후원금을 보내는 것도 좋고,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라.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청소년은 2030년에, 2050년에 이 사회의 주역으로 기후변화와 싸워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3) 자발적인 탄소 기금 모으기

     

    탄소를 배출하는 활동에 세금을 매기고 그 세금을 써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투자하는 것은 정부가 할 몫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몫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서둘러서 열정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 저작권 사용료를 낸다. 사람들은 저작권 사용료를 좋은 음악을 즐기는 대가이며 좋은 음악이 탄생하도록 돕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탄소 기금도 마찬가지다. 탄소를 배출하는 활동을 했을 때 자발적으로 탄소 기금을 내서 그것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고? 우리 동네 노인정에 태양광 패널 달아주기, 우리 동네 도서관에 기후변화 체험관 만들기, 혹은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 태양광 패널 보내기는 어떤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청소년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그렇다면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은 물론, 군수, 구청장, 시장을 설득해보자. “제가 어른이 되어서 기후위기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면 여러분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해요.”라는 요지로 여러 가지 설득 활동을 구상해보길.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은 멀게 느껴져서 무관심해지기 쉽다. 그런데 자발적인 탄소 줄이기 활동을 하다 보면 정부 정책이 제대로 계획, 집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꼼꼼하게 점검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활동을 하는 조직이 자신의 동네부터 시작해서 동 단위, 구 단위로, 시 단위로 퍼져나간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4) 도로 위의 온실가스 제조기, 자동차 OUT

     

    개인 승용차 대신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정도에 만족하지 말고, 온실가스 감축 방법을 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제주도는 2030년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목표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는 한편,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운송 부문의 변화가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상점이나 시설, 혹은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해야 할 사안들을 찾아낼 수 있다. 먼저 대형 상점들을 보자.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넓고 편리한 주차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려고 해도 사람들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일반 버스를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마지못해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다. 

     

    상점들은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면서 동시에 개인 자동차 운행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해 찾아오는 고객에게 혜택을 적립해주거나 고객과 구매 물품을 옮겨주는 셔틀형 전기 버스를 운행하는 것이다. 인터넷 상점들 역시 물품 배달에 전기자동차를 사용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유치원 버스 등 통학·통근버스 역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도록 촉구하는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미세먼지로 위협받는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울 것이 아니라, 통학버스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상점이나 시설, 혹은 지자체에 계속해서 이런 의견을 내자. 

     

    여러 지자체가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자전거 사용 시간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축 효과를 알려주고, 저탄소 행동을 격려하는 혜택을 적립하는 기능을 덧붙여도 시민들의 <기후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은 선언되었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탄소중립은 산타클로스가 주는 선물처럼 갑자기 우리 눈앞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행동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그레타가 하듯이, 기후행동에 나선 많은 청소년이 하듯이,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대응을 콕콕 꼬집으며 대차게 활동해나갈 때만 탄소중립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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