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은 탄소중립에 관심이 있을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97, 2021.02.04 14:02:32
  • 누구나 한마디씩 다 하는(혹은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아마도 그중 하나가 교육 분야, 특히 학교 교육일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라는 곳을 다녔고, 그 학교 교육 문제는 부동산 등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가 교육과정(문서)을 찾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가 교육과정이란 교육부에서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문서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 교육의 모든 사항에 대해서 지향하거나 지켜야 할 기본 뼈대이다. 이 교육과정 문서에 따라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지역교육청이나 학교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만들고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교과서 채택이나 집필, 교사 수급 문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문제 등 학교 교육과 관련된 사항 대부분이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국가교육과정 문서는 안내 문서라기보다는 법규에 가깝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는 총론과 각 교과 교육과정으로 나뉘는데, 총론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교육기본법에 제시된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이다.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1949년 입법 시기에 교육이념으로 공표된 홍익인간이 여전히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문자 그대로 읽어보면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우리 교육의 관심 범위가 인류에 머문다. 융통성을 조금 발휘해서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고 인류공영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보자면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된 대표적 예시 중 하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일 것이다.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각 목표에 도달하려면 고려할 점이 많지만 아주 기본적인 메시지는 인류공영을 위해 고려해야 할 영역이 인간 사회나 경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간 사회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물, 기후, 해양 생태계, 육상생태계 등 지구 생태계까지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의 총론에는 ‘홍익인간’을 구체화하여 우리나라 학교 교육을 통해 ‘추구하는 인간상’을 제시한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는 주기적으로 대규모로 개정을 하는데, 2015년에 개정되어 발표된 초등, 중고등 교육과정 문서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다.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세계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가항에서 라항으로 내려올수록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이 관심을 두고 성장을 도모하며 배려해야 할 대상이 개인에서 사회와 문화, 세계로 확대된다. 라항의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더불어 사는 사람은 공동체 의식과 민주 시민 의식을 갖춘 사람이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오늘날의 지구촌 사회에서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며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읽다 보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이 관심을 두는 ‘공동체’는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이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잘 살고자 하는 대상은 지구촌 사회와 인류 발전에 머물러 있으며 지구생태계로 확대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제2조에 5가지의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4번째 목표가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소중히 하며,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고(文部科學省, 2017), 뉴질랜드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8개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생태적 지속가능성(ecological sustainability)(Ministry of Education, 2007: 7)”이며 추구하는 네 가지 인간상 또한 환경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2019년에 3~5세 유아를 위한 국가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이 개정되었는데 이 문서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중 더불어 사는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협력하는 민주 시민”을 의미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현재 초중등학교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총론을 시작으로 내년과 후년에는 교과별 교육과정 개정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올해 개정되어 발표되는 국가 교육과정 문서의 총론에는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이 관심을 두고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의 범위로 지구생태계로 확장하여 명시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설명을 바꾸거나 더 적극적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지구 생태계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사람” 등과 같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 사람과 동물과 지구 생태계의 건강은 모두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체험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생활이 위협받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와 행동 방식 및 시스템 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교육과 소통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목표로 필요한 전략을 담아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 각 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 혁신 과제로 시민 참여와 교육과 소통의 중요성이 포함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교육, 특히 학교 교육은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문서에 의해 그 모습과 방향이 정해진다. 그렇지만 국가 교육과정 문서만큼 큰 힘을 발휘하며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는 많지 않다. 2021년 1월 25일에 시작된 기후적응 정상회의(The Climate Adaptation Summit)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탄소중립 의지를 다시 언급하며 “우리 국민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 이러한 의지가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교육부. (2015). 2015 개정교육과정.

     

    http://ncic.go.kr/mobile.revise.board.list.do?degreeCd=RVG01&boardNo=1001

     

    김남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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