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제 44차 총회가 지난 25일 폐막됐다. 이번 포럼은 전 세계 100여 국가의 정·재계, 학계 리더 2천500여 명이 참석해 나흘간 진행됐다. 이번 포럼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개막 일주일 전에 다보스포럼이 아홉 번째로 펴낸 ‘세계 리스크(위험) 2014’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 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인식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총 31개의 리스크를 다섯 범주로 구분한 다음 가장 우려가 높은 세계 10대 리스크(위험)를 선정했다. 다섯 범주는 ① 경제 리스크(7개), ② 환경 리스크(6개), ③ 지정학적 리스크(8개), ④ 사회적 리스크(7개), ⑤ 기술 리스크(3개) 등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높은 우려를 보였던 세계 10대 리스크에는 물 위기, 2)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실패, 3) 홍수 폭풍, 산불 등 극한기상현상의 대형화 등 환경 리스크 3개가 포함됐다.

여성응답자들은 남성응답자들에 비해 전 지구적인 위험에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특히 환경 리스크에 대해서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각종 리스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물 위기나 피해규모가 점점 커가는 자연재해, 생물종다양성의 감소, 극한기상현상 등과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십년 이내에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를 묻는 항목에서는 극한기상현상과 기후변화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도 상승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치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의 관점에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합의가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도 있으며 오히려 단순하고 지역적인 합의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단일한 해법보다는 국가와 공공 및 민간부문의 다양한 대응이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많은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노력(이른바 플랜 B)의 지체를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간과하게 되면 신흥개도국 시장은 물론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발표된 노트르담 글로벌 적응 지수(Notre Dame-Global Adaptation Index)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들이 OECD 고소득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능력 수준에 도달하려면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으로 2050년까지 매년 700~1000억 달러(약 70~100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노트르담 글로벌 적응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44위를 기록했다.

지난 주 금요일(1월 24일)을 ‘기후의 날(climate day)’로 정한 다보스포럼에서는 정치 및 경제 분야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주제로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승민 객원연구원).